아는 기자, 시작합니다.
정치부 조영민 기자 나와있습니다.
Q. 조 기자, 회동 4시간 앞두고 무산이 됐어요, 어쩌다 이렇게 된 겁니까?
당초 오늘 12시 만남 예정이었는데 회동을 4시간 앞두고 양쪽에서 모두 회동 무산 사실을 공지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의제 조율이 아직 안 끝나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건데, 저희가 취재한 바로는 사실 어제 저녁부터 회동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인측을 대표해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줄곧 협의를 해왔는데 어제 저녁
두 사람간 의제 조율에 실패한 겁니다.
오늘 아침까지도 조율을 한 것 같아요.
오늘 이른 아침까지만해도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견이 있더라도 회동은 하지 않겠느냐,이런 반응이었거든요.
하지만 결국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오찬 회동은 무산됐습니다.
Q2. 청와대는 오늘 아침까지도 회동을 하려 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윤석열 당선인이 안 만나겠다고 한건가요? 윤 당선인이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어떤 거에요?
앞서 리포트에서도 전해드렸듯이 인사권입니다.
임기 대부분을 윤 당선인과 함께할 기관장들인데 임명 시기가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인 경우가 문제가 되는건데요.
통상 이럴 때는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하거나 인사를 미루거나 하거든요.
그런데 청와대가 인사권을 행사하겠다고 했고, 윤 당선인 측이 이에 반발하면서 오찬 회동이 무산된 겁니다.
회동 무산의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은행 총재 인사입니다.
4년 임기로 독립기관이지만 새 정부 경제 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관인 만큼 윤 당선인 의중이 많이 반영돼야 한다는 게 윤 당선인 측 생각입니다.
청와대가 이른바 '알박기'를 하려한다, 이렇게 보고 있는것 같습니다.
윤 당선인,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을 두고 "이런 상황이면 굳이 만남이 필요하냐"는 취지의 반응을 내놨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Q3. 그런데, 청와대는 사실 한국은행 총재 임명을 하지 않겠다는 기류도 있었는데요. 청와대도 꼭 해야겠다고 기류가 바뀌었나 보죠?
청와대의 설명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건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군을 추리고 윤 당선인이 그 후보군에서 한 명을 고르면 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그럼 실제로는 윤 당선인이 임명하는거나 마찬가지다, 이런 설명입니다.
이런 제안을 윤 당선인 측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청와대는 한은 총재 인사절차를 시작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은총재 임명 절차는 1차적으로 20배수 인사풀을 짜고 이 가운데 4, 5명을 추린뒤 인사검증을 실시하는데, 임기를 보름 앞둔 시점에서 아직 인사추천위에서 후보군 4~5명을 추리는 작업도 진행되지 않은 걸로 파악이 됩니다.
청와대가 처음에는 인사할 생각이 없었는데 윤 당선인 측의 과도한 요구로 마음을 갑자기 바꾼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인사권을 놓지 않으려고 했던 건지는 좀 더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4. 결국 지금 상황에서 가장 큰 의제라면 인사권과 사면인데요. 사면은 양측에서 어디까지 의견이 오간 건가요?
이 사면 문제를 놓고도 양쪽의 의견 조율은 쉽지 않았던 걸로 파악됩니다.
윤 당선인 쪽에선 애초 이번 회담에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죠.
취재해보니 의제 조율 과정에서 MB사면 외에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 관련 이야기도 함께 테이블에 올라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김경수 두 사람 모두 사면하는 것은 어떤가란 취지의 논의인데, 일단 윤 당선인 측에선 김 전 지사 사면에 대해선 반대의 뜻을 내비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인사권과 사면 문제 모두가 아직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Q5. 그런 생각도 들던데요. 윤석열 당선인 입장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취임 후에 본인이 사면을 해주면 안 되나요? 시청자 분도 같은 질문을 주셨어요?
당선인 스스로 이미 정권을 잡으면 사면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가 있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당선인]
"전직 대통령이 장기간 수감되는 게 국제적으로나 국민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한 것이냐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본인 임기내 사면이 아니라 굳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 사면을 요청하는 것.
아무래도 '정치적 부담'과 연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진영안에 'MB 사람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윤 당선인 입장에서 임기시작과 동시에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사면하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거죠.
Q6. 사실 돌이켜보면 정권교체기마다 조용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긴 해요.
정권교체기마다 있었던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의 만남은 사실 큰 협의를 이끌어내거나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경우가 드뭅니다.
1시간 가량 오찬에서 전두환 노태우 특별사면 등을 합의한 1997년 김영삼 대통령, 김대중 당선인의 회동이 거의 유일하게 결과물을 낸 만남으로 꼽힙니다.
2008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의 회동에선 2시간 넘게 만났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양쪽에 미묘한 신경전도 오갔습니다.
Q7. 사실 양측 다 무산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있을 것 같거든요. 두 사람, 결국 안 만나는 거 아닌가? 시청자 질문입니다.
신구 권력 모두 이런 식으로 만남이 불발되는 건 부담입니다.
윤 당선인 쪽 실무협상 파트너인 장제원 비서실장의 이 말도 이런 기류를 잘 보여줍니다.
청와대도 만남이 무산된 건 아니라고 하고 있거든요.
만남이 성사된다면 다음주 쯤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